몽골의 5차 침입 돌아온 김윤후의 활약
고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몽골은 또 쳐들어 왔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약속이란 몽골의 새 황제가 고려에 사신을 보내 요구했던 것들입니다.
첫 번째 요구는 ‘국왕친조’로, 고려의 왕이 직접 몽골까지 와서 항복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요구는 ‘출륙환도’로 강화도를 나와 개경으로 다시 수도를 옮기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섯 번째 여몽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1253년 몽골은 1만 명의 군사를 고려로 보냈습니다. 1차 침입 이후 무려 22년이나 지났지만 참혹한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더욱 잔인해졌습니다. 몽골군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고려 백성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었습니다.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마을을 약탈한 몽골군은 4개월 만에 오늘날의 충북 충주에 있는 충주성까지 내려옵니다. 그런데 기세등등한 몽골군 앞을 가로막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처인성에서 몽골의 총 사량관 살리타를 죽인 김윤후였습니다.
김윤후는 승려였지만, 2차 여몽전쟁을 승리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관직을 하사 받고 무관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전투는 70일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성에 있던 식량과 무기가 동나기 시작했고, 군사들과 백성들도 지치고 사기가 저하되었습니다. 김윤후는 특단의 대책을 세웠습니다. 군사와 백성, 노비들까지 한데 모아 말했습니다. 힘을 내어 싸운다면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관직을 내릴테니 나와 함께 싸우자며 노비문서를 불에 태워버립니다. 김윤후의 파격적인 약속에 군사들과 백성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충주성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죽음을 무릅쓴 채 몽골군에 맞서 싸웠고, 당황한 몽골군은 도망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충주성 전투에서 세운 공을 인정받아 김윤후는 높은 관직을 받게 되고, 백성들 역시 노비와 천민을 가리지 않고 공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관직을 하사 받았습니다.. 김윤후가 약속을 지킨 것이었습니다.
종전을 대가로 내민 몽골의 요구
전쟁에 지친 몽골은 결국 귀환하면서 강화도에 사신을 보내 고려와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고려 또한 더 이상 전쟁을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왕이 강화도에서 나와 직접 몽골 사신을 맞이했습니다. 몽골이 요구한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고려 내정에 간섭하기 위한 관리자인 ‘다루가치’를 둘 것. 두 번째는 고려를 지키는 성곽을 모두 허물 것. 세 번째는 고려에 몽골 군사 1만 명을 주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고려는 세 가지 요구를 바로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따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5차 여몽전쟁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몽골의 6차 침입 그들이 다시 침입한 이유
몽골은 다시 쳐들어왔습니다. 몽골은 계속해서 수도를 다시 개경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고, 고려는 일단 알겠다고 답한 다음 수도를 옮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5차 여몽전쟁이 종료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1254년 7월, 몽골군이 여섯 번째로 고려를 공격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고려의 완벽한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몽골군은 곳곳을 폐허로 만들었고, 그중에서도 충주에 있는 ‘다인철소’를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다인철소는 철을 만드는 곳으로, 충주에 있는 주요 철 생산지였습니다. 이곳을 공략한 이유는 전쟁에 필요한 칼과 창, 화살촉 등 각종 철제 무기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다인철소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무기를 들고 맞서 싸워 몽골군을 물리치는 데 성공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맞섰는지 자세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아마도 자신들이 만들던 철제 무기들 손에 들고 대항하지 않았을까요? 또한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민초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을 것입니다. 6차 여몽전쟁이 일어난 지 6개월 만에 몽골군에 포로로 잡힌 고려 백성은 무려 20만 명이 넘었습니다. 몽골군이 지나간 땅은 모두 불에 타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책 "벌거벗은 한국사(사건편)"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