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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한국사

무신정변(3)

by 오꽃자매의 봄날 2025. 3. 13.

보현원에 불어닥친 피바람 무신정변의 시작

의종이 보현원에 들어오고 신하들이 물러나 대기하려는 그 순간! 무신들이 칼을 뽑아 들고 순식간에 왕의 측근인 문신들을 베어버렸습니다. 무신들이 권력을 잡는 100년의 역사가 시작된 첫 날이었습니다. 정변의 불씨를 지핀 한뢰는 침상 밑에 숨지만, 곧 정중부에게 발각되 저항할 틈도 주지 않고 한뢰를 죽여버립니다. 보현원을 접수한 정중부는 용감하고 날쌘 군인들을 뽑아 이의방, 이고와 함께 궁궐로 보냅니다.

문신의 관을 쓴 자는 비록 서리라도 씨를 남기지 말고 죽여라!”

무신정변을 한마디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의방과 이고가 문신들을 죽이고 궁을 장악하자 정중부는 왕과 함께 궁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문신과 환관들이 정중부의 암살을 시도하였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화가 난 정중부는 계획에 가담한 이들을 살해하고 왕까지 가둬버립니다.

 

개경을 장악한 무신들 끝없는 원한과 분노

무신들은 왕을 거제도로 추방해버립니다. 개경에서 거제도까지 직선거리로만 약 400킬로미터나 됩니다. 왕이 다시는 개경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무신들이 결국 정변에 성공해 왕을 폐위시키고 정권의 중심에 선 것입니다. 정중부는 의종의 둘째 동생이자 인종의 셋째 아들을 새 왕으로 추대합니다. 그가 바로 고려 제19대19 왕인 명종입니다. 슬슬 정변도 정리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정중부가 오래도록 미워했던 김돈중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일찌감치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도망쳤던 것입니다. 정중부는 포기하지 않고 현상금을 걸어 김돈중을 공개 수배합니다. 결국 돈에 눈이 먼 하인이 자신의 주인을 밀고했고, 김돈중은 정중부에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무신정변의 성공과 함께 정중부의 오래 원한도 그제야 풀렸습니다. 겨우 살아남은 문신들도 이고는 모조리 죽이려 했으나 정중부는 반대했습니다. 그중에는 무신들에게 호의적인 사람들도 있었고, 문신들을 모두 죽이면 나라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군인들은 분노를 멈추지 못하고 문신을 죽여 물에 던지기도 하고 문신의 집을 헐어버리기까지 했습니다. 혼란은 한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왕이 신하에게 폐위된 엄청난 사건

정변을 일으킨 무신들은 고려를 멸망시키거나 왕이 되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바란 것은 문신처럼 국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무신정변 이후 그 바람대로 무신들도 문반 관직을 얻어 국정 운영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런데 또 한 번의 정변이 일어납니다. 거제도로 추방당한 의종을 복위시키려는 이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무신들은 정변 세력을 제압하고 결국에는 의종을 죽입니다. 의종이 살아 있는 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무신정변으로 하늘이 내린 왕이 신하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것도 왕을 지키던 호위군이 왕을 죽였으니, 고려 500년 역사에서 매우 충격적인 사건인 셈입니다. 그러나 무신정변의 중심인물인 정중부, 이의방, 이고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죽고 죽이는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명종이 왕위에 있던 27년 동안 무신정권은 무려 4번이나 교체됩니다.

원래 고려는 국왕과 신하가 합의를 통해 이끌어가는 나라였습니다. 왕과 신하, 신하와 신하 사이의 균형을 추구했던 나라가 고려입니다. 하지만 그런 원칙이 무너졌기에 무신정변이 일어난 겁니다.. 차별과 갈등으로 인해 오랜 시간 쌓인 모멸감과 분노가 정변의 원인이 된 것입니다.

 

책 "벌거벗은한국사(사건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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