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정변(2)

억울한 누명을 쓴 무신들 김돈중의 화살 사건

1167년 왕이 절에서 연등회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밤 갑자기 의종의 수레 옆으로 화살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본능적으로 암살의 위협을 느낀 의종은 범인을 잡기 위해 범인을 제보하면 신분 고하를 따지지 않고 관직과 함께 어마어마한 재산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을 찾지도 못하고 봤다는 사람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의심되는 자들을 모조리 잡아왔고, 그중에는 의종의 동생이 부리던 하인도 있었는데 가혹한 심문을 견디지 못해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하고 목이 베입니다. 또 친위군 장교 14명을 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유배까지 보내버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화살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었습니다. 왕의 비서에 해당하는 ‘좌승선’이라는 직책이 있는데 좌승선은 왕의 가마에 바짝 붙여 가다가 실수로 군사의 화살이 쏟아져 왕의 수레 옆에 떨어졌던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라고 말할 틈도 없이 일이 커져버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좌승선이 누구일까요? 바로 정중부의 수염을 태웠던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이었습니다. 당시 이 사실을 알았는지 알 수 없지만, 기록으로 보면 나중에 밝혀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회는 계속되었고 왕의 측근 문신들은 연회장 밖에서 고생하는 무신과 군인들을 하대했고, 서러움과 멸시로 차곡차곡 쌓인 분노는 터지기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 반란을 꾀하다.

부당한 처우에 불만을 품었던 견룡군 중 두 사람, 이의방과 이고는 결국 정변을 일으키기로 결심합니다. 정변에 힘을 보탤 인물을 찾다가 정변의 조력자를 찾아냅니다. 바로 정중부였습니다. 수염 사건으로 굴욕을 겪은 지 26년이 지난 후였고, 하급 장교였던 그도 이제는 무신 중 가장 높은 지위인 정 3품3 상장군에 올라 있었습니다.

1170년 4월 어느 날, 이날도 왕은 연회 중이었고 무신들은 배고픔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이의방과 이고가 정주부에게 은밀히 다가가 말했습니다.

 

“문신들은 득의양양하여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배부르게 음식을 먹는데, 무신들은 모두 굶주리고 피로하니 이것을 어찌 참을 수 있겠습니까.”

 

그 순간 정중부의 머릿속에는 무신들에게 모욕을 당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세 사람은 나라를 뒤집기로 마음먹고 때를 기다렸습니다.

 

정변의 도화선이 된 뺨 한 대

1170년 8월 의종은 나들이를 갑니다. 개경 동쪽 연복정이라는 정자에서 놀다가 개경 남쪽에 있는 왕실 사찰 흥왕사에서 놀 계획이었습니다. 그러고는 나들이 후에 보현원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적은 수의 호위 부대와 무신들이 의종을 호위했습니다. 정변을 일으킬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왕이 궁궐로 가면 정변을 미루고, 보현원으로 가면 정변을 일으키자고 말했습니다. 예상대로 왕은 보현원으로 향했는데 갑자기 가마를 멈추고 의종이 ‘오병수박희’를 제의했습니다. 오병수박희는 맨손 무술로 무예를 겨루는 대회입니다. 무신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불평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무예 행사를 열어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려 했던 것입니다.

이날, 대장군 이소응은 오병수박희에 참여했으나 늙고 야윈 이소응은 힘이 떨어져 경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문신인 한뢰라는 인물이 벌떡 일어나 이소응의 뺨을 때렸습니다. 당시 이소응은 종3품 대장군이었고 한뢰는 종 5품의5 문신이었는데 왕과 신하들은 그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하기만 했습니다. 젊은 문신에게 뺨을 맞은 것도 모자라 멸시까지 당하다니, 이소응은 참단 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이 광경을 보고있던 이고가 칼을 빼들고 정중부에게 눈빛을 보냈으나 정중부는 때가 아니라는 눈짓을 보냈습니다. 계획대로 개경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정변을 일으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안고 이의방과 이고는 왕의 행렬을 앞질러 보현원으로 향합니다. 보현원에는 왕이 머무는 장소를 순찰하며 호위하는 또 다른 친위대인 순검군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모든 무신과 친위대가 정변을 모의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과 논의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마침대 그들은 순검군의 협력을 약속받고 왕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책 "벌거벗은 한국사(사건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