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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한국사

일본은 왜 불량 조선인 박열을 두려워했나(1)

by 오꽃자매의 봄날 2025. 3. 11.

스스로 이름을 바꾼 조선인 꼬마

박열의 원래 이름은 박준식으로 그는 1902312일 경상북도 문경의 작은 마을에서 31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서당을 다니며 한자를 배우던 여덟 살 무렵의 어느 날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앞으로 제 이름은 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러니까 박열이라는 이름은 스스로 지은 것입니다. 매울 열, 세찰 열을 써서 나는 결심한 것은 꼭 이루고 마는 불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라는 의미로 불러 달라고 한 것입니다. 실제로 어린 시절부터 정의로운 성격에 굉장히 불같았다고 합니다. 열 살이 되던 1912년에 그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학교에 가겠다는 꿈을 가집니다. 박열은 개화된 일본인의 모습을 보고 일본의 신식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본인이 경영하는 신식 학교에 들어갔지만 새로운 학문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안타깝게도 조선인의 차별로 인하여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인생을 바꾼 조선인 선생님의 고백

함창공립보통학교 졸업을 앞둔 박열은 평소 믿고 따르던 조선인 선생님의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됩니다.

나를 용서해라, 나는 일본이 조선을 하나로 묶어 다스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너희들에게 가르쳤다. 조선은 일본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다. 조선인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라

선생님의 폭탄선언에 박열은 큰 충격을 받고 깨달았습니다.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지배하면서 미음대로 쥐고 흔드는 모습에 비로소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때 박열은 조선 제일의 명문 학교로 손꼽히는 경성고등보통학교 사범과에 입학하겠다는 꿈을 꾸게 됩니다. 직접 선생님이 되어 조선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겠다고 다짐한 것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경성고등보통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진학하게 됩니다.

 

3.1 만세운동의 최전선에서 학생들을 이끌다

3.1 만세운동 당시 박열은 오후 두 시까지 학교의 학생들을 통솔해서 만세운동이 시작될 종로의 탑골공원으로 이끌고 가고 있었습니다. 만세운동의 선봉장 역할을 하며 학생들의 독립운동을 이끈 핵심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세 운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경찰이 만세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을 체포하기 시작하여 박열은 경성을 떠나 고향인 문경으로 내려가 피신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박열을 깜짝 놀라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만세운동으로 체포된 사람들이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뒤바꿀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조선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한 번 잡히는 날이면 그걸로 마지막이며 다시는 운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이윽고 조선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신문조서>

 

차라리 적진으로 들어가 적의 심장을 찌르겠다고 다짐하고는 제대로 독립운동을 하겠다며 열입곱살의 나이에 학교를 자퇴하며 곧장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아나키즘을 주장한 독립운동가의 등장

맨몸으로 일본으로 넘어간 박열은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대로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고 틈틈이 일제에 저항하며 본격적인 독립운동에 대한 의지를 다졌습니다. 그렇게 2년이 흘러 박열은 한 단체를 조직했습니다. 검을 흑, 물결 도, 모일 회를 쓴 흑도회였습니다. 여기서 그러니까 검은색은 아나키즘을 주장하는 아나키스트를 상징하는 색입니다. 아나키스트는 개인을 지배하는 국가권력은 물론이고 유효하지 않은 모든 사회 권력을 부정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박열은 학창 시절부터 조선인과 일본인의 차별을 경험하며 이러한 차별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깨달았습니다. 평등을 위해서는 폭력까지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이 흑도회의 사상에 동조하는 일본인도 있었으며 박열에게 아나키즘을 전파한 사람도 일본인이었다. 흑도회의 이름을 따서 <흑도>라는 잡지를 발행했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사상을 글로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 일본의 사회제도를 비판하고, 일제의 잔혹함을 널리 알렸습니다. 이맘때쯤 박열이 쓴 유명한 글이 있습니다.

 

개새끼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것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조선청년, 개새끼>

 

여기서 말한 개새끼는 박열 자신을 가리켰으며 일제 권력이 자신을 짓밟을 때마다 똑같이 되갚아 주며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박열은 일본의 권력자 계급을 죽이겠다는 목표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거사를 위해 은밀하게 항일 비밀 결사 단체 의열단과 접촉을 하였습니다. 바로 일본으로 몰래 폭탄을 들여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번번히 실패하였지만 독립운동가들과 계속 교류하며 그 의지를 다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책 "벌거벗은 한국사(근현대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