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열사의 유년 시절
1902년의 어느 날 충남 천안시 병천면 용두리의 한 초가집에서 3남 2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장소가 바로 유관순 생가 앞에 있는 매봉 교회였습니다. 용두리 마을의 첫 기독교 신자는 바로 유관순의 증조부 유빈기와 육촌 할아버지 유승백이었습니다. 유관순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교회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유관순은 종교로 인해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평등사상 속에서 자라날 수 있었고, 그런 그녀에게 교회는 놀이터이자 배움터였습니다. 이에 따라 생겨난 이웃과 나라를 사랑하는 태도, 또 내 나라가 존중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피어오른 여러 고민이 독립운동으로 확장되었다고 보입니다.
유관순은 어려서부터 씩씩하고 장난기가 가득했으며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꼭 대장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지기 싫어하고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고 어려서부터 남다른 리더십을 보였다고 합니다.
정미의병 봉기가 불러온 마을의 위기
1907년 어느 날, 마을에서 총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유관순이 다니던 교회에 불타오른 것입니다. 교회를 불태운 범인은 다름 아닌 일본군이었습니다. 일본이 고종을 강제로 폐위하자 이에 분노한 사람들이 일본군과 싸우겠다며 전국 곳곳에서 활동했는데 산을 넘어 마을에 숨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은 의병들을 숨겨 주고 보호해 주었습니다. 이에 일본군이 마을 사람들에게 경고의 의미로 교회도 민가도 불을 질렀습니다. 이때 유관순은 일본이 우리를 많이 괴롭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서서히 반일 감정이 싹트게 시작했습니다.
이화학당 학생으로 시작한 경성 유학 생활
이화학당은 1886년 미국 선교사 메리 스크랜튼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입니다. 고종 황제가 이화(배꽃)라는 교명을 하사한 신식 학교로 지금의 이화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의 전신이기도 합니다. 유관순은 사애리시 선교사의 도움으로 이화학당의 학생이 되어 경성 유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숙사에서 지내는 학생들은 자기 전 돌아가며 기도를 해야 하는데 보통 기도를 마무리할 때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빕니다’라고 해야하는데 유관순은 ‘명태 이름으로 빕니다’라고 말하며 기도를 끝낸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의 집에서 보내준 명태가 너무 맛있었다는 이유로 장난을 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유관순의 방 학생 모두 품행 점수 낙제점을 맞기도 했습니다.
유관순은 그저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즐거운 소녀였습니다. 그 나이대 청소년과 마찬가지로 발랄하고 사랑스러웠던 학생이었습니다.
1919년 3월 1일, 울려 퍼진 대한 독립 만세!
고종의 사망 소식으로 항일감정이 폭발하게 됩니다. 마침내 고종의 장례식 이틀 전인 1919년 3월 1일, 경성 소재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학생으로 꽉 차 있었던 이곳! 3.1운동 장소로 알려진 탑골공원이었습니다.
3.1운동 초기에는 민족 대표 33인과 더불어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웠던 학생들이 비밀결사대를 조직해 만세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이날 민족 대표 33인은 서울의 태화관에서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자수했습니다. 그사이 탑골공원에서는 한 학생이 팔각정에 올라 독립선언서를 낭독했고, 모여있던 학생들과 수많은 사람의 만세 시위가 전개되었습니다. 3.1운동의 시작이었습니다.
“대한 독립 만세!”
하지만 유관순은 학교에서 막아서 나갈 수 없었습니다. 결국 유관순은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 뒷담을 넘어 만세 시위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유관순, 서명학, 김복순, 김희자, 국현숙을 ‘5인의 결사대’라고 부릅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몸은 무겁지만 해방의 기운으로 벅찬 감동으로 가슴이 두근거렸을 것입니다. 만세운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유관순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책 "벌거벗은 한국사"를 읽고
'벌거벗은 한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은 왜 불량 조선인 박열을 두려워했나(2) (1) | 2025.03.11 |
---|---|
일본은 왜 불량 조선인 박열을 두려워했나(1) (2) | 2025.03.11 |
열입곱살 유관순은 어떻게 거리를 태극기로 물들였나(2) (5) | 2025.03.10 |
500년 조선왕조를 무너뜨린 일본의 치밀한 계략(2) (2) | 2025.03.08 |
500년 조선왕조를 무너뜨린 일본의 치밀한 계략(1) (0) | 2025.03.07 |